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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그랑프리와 아시안게임, G20회의가 경제 살릴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참고가 될까 해서 <세금혁명> 원고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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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F1 그랑프리 대회,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개최가 확정된 국제 스포츠 행사들이다.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단독 개최도 계속 시도되고 있다. 국제스포츠 행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열린 G20 정상회담의 경우에도 마치 대한민국의 ‘국격’이 달라질 만큼 막대한 경제효과와 위상 제고 효과를 낳는 것처럼 정부와 상당수 언론이 홍보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각종 국제 스포츠행사나 국제회의가 정부나 지자체가 주장했던 경제적 효과를 낳았던 것은 거의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오히려 대규모 재정 부담을 안기고 행사 준비를 위해 건설된 대형 시설들은 만성적인 운영적자에 시달리며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들은 이 같은 국제 행사들을 유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왜 그럴까. 그리고 이 같은 국제행사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부풀려지고 재정 낭비로 귀결되는 걸까.


 보통 이 같은 국제행사는 임기 안에 눈에 띄는 과시형 실적을 만들어내고 싶은 정권이나 지자체장에게는 더 없이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대형 행사를 유치해 국가경제나 지역경제가 금방이라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선전할 수 있는 한편 이들 행사의 준비 과정 및 행사 기간 동안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국제 규격의 경기장 등 대규모 시설들을 지어야 하므로 건설업계와 지역의 토착이해세력들도 행사 유치를 선호하게 된다. 관련 스포츠 단체나 스포츠업계도 이 같은 행사 유치에 열을 올리게 됨은 물론이다. 또한 행사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주변 지역은 개발자금이 쏟아져 들어오는데다 이 같은 행사 등을 소재로 집값이 오르게 돼 반길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언론들이 정부나 지자체의 보도자료를 별다른 검증 없이 홍보성 기사로 소개하면 지역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특효약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노무현 정부 때 검토됐고 현 정부의 대선 공약사업이기도 한 동남권신공항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경상남도와 경남 밀양 이북의 경상북도 주민들 간 유치전으로 엄청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 ‘개발 한 방 신화’라고 한다면 이 같은 국제행사 유치는 이른바 ‘행사 한 방 신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전시성 행사로서 국제행사 유치를 대외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정부나 지자체 등은 경제효과 분석에 관한 용역을 발주하게 된다. 하지만 경제효과 분석에 관한 보고서는 거의 대부분 행사 유치를 원하는 정부나 지자체의 입맛에 맞춰 정부나 지자체 출연 연구기관이나 관련 민간연구기관을 통해 작성된다. 그런데 발주자의 주문에 맞춰 작성되는 이들 보고서는 한마디로 사기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F1그랑프리 대회의 경우는 어떨까. 전라남도의 의뢰로 F1그랑프리 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체육과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회의 7년간 개최권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27,049억원, 소득유발효과 24,514억원, 고용유발효과 27,722명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발생한 경제적 효과는 이보다 터무니없이 작은 것으로 나타난다.


당초 전남도는 첫해 대회에서 약 70억원 가량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약 400억원 가까운 적자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F1을 운영하는 스포츠마케팅기업 FOM에 지급한 ‘개최권료’ 330억원과 중계권료 110억원 등 모두 440억원, 각종 운영비 150억여원 등 600억원 가량을 지출한 데 반해 수입은 180억원 선에 머물렀다고 한다. 대회 전 주최측은 564억원의 입장료 수입을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1/4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연인원 16만명의 입장객 가운데 외국인 입장객은 5,000여명에 그쳤다. 당초 예상 외국인 입장객은 35,000명 수준이었다.


또 당초 3,400억원 정도로 책정됐던 사업비는 사업진행 과정에서 4,000억원 가량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경기장 건설에 따른 생산유발효과로 추정됐던 3,985억여원을 넘는 수준이다. 당초 예측했던 생산유발효과가 생겨났는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그 같은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했다 해도 이미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이 경기장 건설사업을 위해 국비 528억원과 도비 1232억원이 투입됐다. 모자라는 돈은 F1 대회 운영법인인 KAVO(Korea Auto Valley Operation)카보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1,980억원을 조달했지만 결국 전라남도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게 됐다. 당초 계약에 따라 KAVO의 대주주인 SK건설의 모든 지분과 채무 1000억원 가량을 전라남도가 모두 떠맡아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행사 유치를 위해 전라남도가 발행한 지방채와 은행 빚에 대한 이자비용만 1년에 150억원 이상 발생하게 된다. 무리하게 빚으로 대규모 국제행사를 연 뒤 ‘밑지는 장사’를 하고 빚더미에 나 안게 된 셈이다.


아직 개최되지 않았지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비슷한 궤적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 건설투자와 관광객 소비활동, 대회운영비 등 지출, 광고 및 TV방송 등에 따른 경제효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129,328억여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5,575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268,900명의 고용유발효과를 낳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렇게 추산된 경제파급효과 등을 근거로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인천의 경제 도약을 단기간에 이끌어낼 행사인 것처럼 선전했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지도 의문이지만, 문제는 그 경제파급효과의 대부분이 건설사업비 등 대규모 재정투자를 통해 발생하는 효과라는 점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우 직간접 건설비 3.6조원을 포함해 모두 49,491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사업비의 대부분은 국비 지원과 인천시비 및 인천도시개발공사 등에 의해 조달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직간접 건설비 투입 만으로 전체의 약 70%에 이르는 87,477억여원의 생산유발효과와 36,661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경제파급효과는 투입예산이 창출하는 효과에 불과하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아니더라도 같은 예산규모의 건설사업을 벌이면 비슷한 수준의 경제파급효과는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 건설사업의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같은 투자예산이 다른 곳에 쓰일 때에 비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즉 아시안게임 사업의 기회비용 관점에서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그런데 인천시는 대규모 재정 투입에 따라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경제효과만을 강조하면서 타당성을 합리화하고 있다. 관련시설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는 있지만 이것이 지속적으로 인천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활발한 문화관광 수입이 발생한다거나 연관분야의 활발한 창업이 일어난다고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천시의 대외적 홍보효과도 투입재정을 정당화할 만큼 큰 것도 아니다.


각종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단기간에 벌어지는 대규모 시설 건립사업은 건설업계의 매출을 올려주고 단기적인 일자리창출 등 경제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 지역경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자력성장의 경제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각종 국제 스포츠행사 유치가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거의 아무런 기여하지 못하고 있음은 몇 가지 지표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례로 국제스프츠 행사를 유치할 경우 관광객의 유입 등으로 관광수입이 크게 늘어난다고 행사 주최측은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는 크게 다르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의 여행수입은 국내 최대 관광수요국인 일본의 엔화 및 기축통화인 달러 환율에 거의 연동하고 있다. 즉 외국인의 한국 여행수입은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규모 국제행사 이후 외국인직접투자 등이 늘어나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명확하지 않다. <도표2>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과 1989년에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다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 때는 시장개방과 이른바 3저 호황으로 국내 경제가 10%가 넘는 고성장을 구가했던 영향이 훨씬 컸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스포츠행사인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이 함께 열린 2002년을 전후한 3(2001~2003) 동안에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줄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 환율과 여행수입의 상관관계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한 2002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부산의 지역내 총생산(GRDP)과 국내 GDP 추이를 함께 비교해보면 이 같은 국제 스포츠행사의 경제적 효과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986년 이후 부산의 지역총생산 성장률은 전국 성장률보다 대체로 낮은 경우가 많았다. 다만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월드컵 개최 1년 전인 2001년 두 대회 준비를 위해 경기장 등 대규모 시설 개발사업을 벌인 결과 전국 대비 약 3% 더 높은 성장률을 나타내기는 했다. 하지만 정작 아시안게임이 열린 2002년에는 전국 평균보다 약 1.8% 더 낮은 성장률을 보였고 비슷한 추세는 그 이후 지속되고 있다.

 

<도표2> 직접투자수지 및 부산 지역내 총생산 성장률 추이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국제스포츠행사 유치가 재정 투입을 통한 대규모 시설건립사업을 진행할 때 반짝 경기를 불러일으킬 뿐 지속적인 지역 경제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반짝 경기가 끝난 다음에는 행사를 위해 지어졌던 대규모 시설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매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운영 적자를 내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부산의 경우 아시안게임을 치른 뒤 시설 유지비를 벌기 위해 시작한 경륜사업에서도 매년 60~14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장미빛 환상’에 불과하고 결국 막대한 세금 낭비 및 지자체 재정적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인천아시안게임 등 대규모 건설사업에 예산이 투입되는 경우는 단기적인 효과라도 생겨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일부 연구기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삼성경제연구소는 ‘서울 G20 정상회의와 기대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개최의 직접효과 1,023억원, 간접효과가 214,553~245,373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행사 개최의 직접 효과로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외국인 참가자 소비지출 490억원과 부가가치 533억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했는데 G20 정상회의 수준의 소규모 행사에 대해 산업연관분석까지 들먹이며 효과를 분석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 가깝다.


설사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해외언론의 보도 등을 통해 2002년 월드컵 수준을 상회하는 기업 홍보효과와 이를 능가하는 수출증대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은 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다. G20 회원국끼리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주재하는 회의를 한국의 국격을 끌어올리는 계기라며 너스레를 떤 현 정부의 행태도 코미디에 가깝지만, 이런 회의의 대외 홍보효과가 월드컵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한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준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에 더해 삼성경제연구소는 G20 정상회의 개최로 대외 신인도가 높아져 해외자금조달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14,228억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한국의 대외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대북 긴장의 관리 수준이라는 점은 웬만한 경제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단순히 G20 회의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대외 신인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적으로 G20 정상회의 직후 발생한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으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큰 흐름이나 대외 신인도에 거의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이유로 대외 신인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단순히 G20를 개최했다는 이유로 대외신인도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엉터리 주장에 가까운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한 술 더 떠 국민의 자긍심 고취, 미래성장동력 확충,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요인 완화 등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합치면 경제적 효과는 훨씬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정말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대로 G20회의 개최의 경제효과로 21~24조여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경제성장률을 2% 가량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정말 그런 효과가 있다면 각 정권은 요란하게 다른 경제정책 할 필요 없이 이런 행사만 유치하면 된다. 매년 두세 건만 유치하면 경제가 4%, 6% 추가 성장할 테니 모든 경제부처를 폐지하고 ‘국제회의유치부’만 두면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앞서 G20회의를 연 미국 피츠버그나 캐나다의 지역경제가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이런 식의 엉터리 보고서를 자칭 대한민국 최대 재벌연구소라는 곳에서 버젓이 내놓고 상당수 언론이 이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탕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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